블로그에 글을 쓰는게 꽤 오랜만인 것 같다.
내 일상을 조금씩이나마 담아보려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게을렀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독일에서 지내본 지난 1년에 대해 돌아보려고 한다.
2023년 겨울,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우아한테크코스가 전환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어? 해외, 그것도 유럽?
2020년 초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을 계획했었고 비행기표까지 끊었었다.
그런데 전과 시험 날짜와 비행기를 타는 날짜가 겹치는 바람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고, 나는 유럽을 포기했다.
그렇게 유럽 여행의 기회는 다시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유럽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내 인생에 없을 것 같았던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4년 4월 1일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그 날이 현실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했다.
낯선 언어,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말을 해야하는데 대신 흐르는 땀방울.
퇴근하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온종일 영어를 사용했던 탓에 나도 모르게 많은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겨우 저녁을 해먹으면 다행인 삶을 3개월 넘게 지속했던 것 같다.
힘들었던 나의 마음과 달리 유럽의 여름은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다.
한창일 때에도 30도를 잘 넘지 않고, 햇빛은 뜨겁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땀도 금방 마른다.
한국의 습한 여름을 가장 싫어했는데, 그에 비해 너무 좋은 날씨라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또 재미있던 것은 약간 과장해서 밤 11시에도 해가 있다. 그리고 새벽 3시가 되면 해가 뜬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앉아 해를 즐긴다.
책도 읽고, 맥주도 마시고, 고기 파티도 하며 여유를 즐긴다.
나는 이런 여유로움이 너무나도 좋았다.
2024년 10월 1일
성공적인(?) 수습 기간의 통과.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보냈던 6개월 중 가장 길었던 6개월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영어를 쓰고 듣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다양한 발음과 악센트가 있다.
내가 속해있는 팀만 해도 터키, 인도, 알바니아, 독일 사람들이 있었고 굉장히 양반인 수준임에도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많은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발음과 악센트에 익숙해져있다.
문제는 누군가에게 적응할 때쯤엔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전히 나는 계속 적응하는 시간을 보내야했다.
갑자기 조직이 개편되는 바람에 함께 하던 팀원들과 찢어져 다른 팀으로 가게되었다.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팀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뜻이고, 못하는 영어로 다시 유대감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팀원들은 같은 자리에 앉지도, 함께 밥을 먹지도 않았기에 미팅에서만 볼 수 있었다.
미팅에서도 주로 카메라를 켜지 않기 때문에 유대감을 쌓는게 더 어려웠다.
그래서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던 부분에 도움을 청하고 받는 것이 참 어려워서 많은 고생을 했던 것 같다.
2024년 11월 17일
수습 기간이 끝나자마자 한국행을 결정했다.
3월이 끝나갈 무렵에 왔으니, 잘쳐줘봐야 8개월만에 가는 것인데 1년이 넘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웃긴 것 같다.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와 휴가를 함께 사용했더니 2달을 통으로 한국에서 보낼 수 있었다.
팀원 중 싱가폴에 있는 팀원이 있어서 싱가폴 시간대로 일할 수 있어서 한국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휴가를 많이 써서 왔는데, 가족도 친구들도 그 시간엔 일을 하니까 만날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아마 다음에 온다면 휴가를 좀 덜 쓸 것 같다.
독일에서 느낄 수 없던 도파민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가기 전까지는 11시만 되어도 졸렸는데, 한국에서는 새벽 2시까지 잠이 오지 않더라.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는데 이게 정말 신기했다.
시간을 내서 코치님들을 뵈로 우테코 잠실캠을 갔었는데,
크루분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되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번 기수가 우리 기수보다 해외 취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한국인들이 더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은 정보를 공유해주고 왔다.
2024년 1월 14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 가족들이랑 시간도 보내다보니 2달도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독일.
이런 말이 있다.
독일의 겨울은 매우 우울하다. 해를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100% 사실이다.
여름에는 해가 11시에 지고, 3시가 되면 해가 떴었는데 겨울에는 이게 정확히 반대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4-5시간인 것이다.
그것도 구름이 가리고 있어 햇빛을 보기란 굉장히 어렵고
거의 회색도시나 다름이 없다.
이제서야 왜 사람들이 여름에 해를 즐기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해가 늦게뜨고 일찍 지니 활동에 제약이 많이 생겨 활동량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해가 없으니 날씨도 더 춥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 겨울에는 무엇을 하고 지내야 할지 참 고민이다.
2025년 4월 1일
어영부영 하다보니 1년이 지나버렸다.
1년동안 무엇을 했을까? 라고 생각해봤을 때 단번에 뿅 떠오르는 것은 없다.
영어 공부를 엄청나게 한 것도 아니고,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지도 않았고,
회사에 잘 적응했는지도 모르겠으며, 일을 잘 하고 있는지조차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 글을 써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1년 전의 나보다는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개발자로서의 성장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문화에 대해 알게 되기도 했고
영어와 독일어도 엄청나진 않지만 점점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정말 '무지' 했던 영역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 여전히 하고 있다.
나는 언제쯤 한국에 돌아갈까?
사실 나는 오기전에 이미 2년 후에 돌아가겠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이 생각은 점차 바뀌어 갔다.
'6시가 되면 노트북을 덮고 너의 정말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
'나는 너의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이고, 너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둘거야'
라고 이야기해주는 매니저.
도움을 요청해도 언제든 환영이라도 도와주는 팀원들.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휴가 요청.
아플 때 휴가를 쓰지 않고도 쉴 수 있는 환경.
공짜 콜라
이외에도 하나하나 적을 수 없는 복지들.
이제는 언제쯤 돌아갈까? 가 아닌 한국에서 일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워라밸이 내 생각을 바꾸는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해외에서의 2년의 경험은 한국에 돌아가서도 큰 메리트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지금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니어를 달고 나서 다시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1년 뒤의 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2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환경과 언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정해버린 한계였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