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가 끝난지 3주차다. 아직까지는 톡방이나 디스코드도 활발하고 오프라인 스터디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진짜 '끝났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 것 같다. 끝..났나?
22년 겨울
작년 초쯤 학교 선배에게 우아한테크코스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그 때는 그런 교육 프로그램이 있구나 하는 가벼운 생각을 하며 흘려들었던 것 같다. 22년 10월 운이 좋게도 선배를 따라 지원한 회사의 최종 면접을 보고왔다. 행복회로를 돌리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최종'이라는 글자는 그런 나에게도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단어였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떨어졌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려했지만 디스크가 터져 그마저도 힘들었다. 나에게 가혹한 시간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알아보지도 않고 지원할 회사는 없겠다며 생각했고, 싸피와 우테코에 지원했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한다는 것은 처음 느끼는 감정이기에 두려웠고, 싸피나 우테코는 그런 나에게 도피처였던 것 같다.
우테코 프리코스 미션, 프리코스 코드리뷰 스터디 등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받은 우테코 최종 코딩테스트 메일.
지하철을 타고 3번을 환승해 생에 처음 몽촌토성역을 가봤다. 입구부터 보이는 배민스러운 글귀들. 많이 즐거웠다.
'지금까지 배우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다'라는 말을 보고 더 마음이 편해졌고 과자를 냠냠 챙겨 먹으면서 5시간의 코테를 봤다. 끝난 뒤 옆 사람에게 잘 보셨어요? 라고 물어보며 스몰톡을 나누고, 다시 2시간을 달려 수원을 갔고 누나들과 숯불 닭갈비를 먹으며 어떡하지라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두 개의 행운 우테코, 싸피의 합격이었다. 행복한 고민을 하며 춥지만 따뜻했던 22년의 겨울을 보냈다.
23년 봄
2월 7일 우테코 생활이 시작됐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무색하게 짧은 시간만에 친해졌다. 아무래도 25명이라는 소수의 인원과 작은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의가 우리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다. 아.. 연극도..?ㅋㅋ
안드로이드 개발이라고는 어디 내놓을 수 없는 바보같은 프로젝트 하나인(그것도 심지어 자바로 만든..) 나에게는 우테코에서 배우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리고 그만큼 어려웠다. 페어 프로그래밍, 깃, 코드리뷰, 코틀린, 테스트 코드, TDD,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SOLID 원칙, ConstraintLayout, 프래그먼트, 동적인 뷰, 알림.. 나열하려면 정말 많다.
레벨 1은 모두가 처음인 느낌이었지만 레벨 2부터는 간극이 조금씩 생겼다. 이미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도, 협업했던 사람도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청둥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상한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옆의 크루들은 성장의 비약이었다.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것은 그것을 알기 위해 쏟은 시간을 압축해서 나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미션에서 막히면,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물어보며 배웠고 성장했다. 그래서 정말 고맙다.
우테코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자신의 주관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가능케 하는 것은 적당한 양의 강의인 것 같다. 강의가 너무 많다면 배운 것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며 크루들끼리 소통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뭐든 적당한게 좋다.
그리고 왜?를 항상 생각하게 해준다. 그를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해준다. 미션을 구현하고 코드 리뷰를 할 때도 왜 이런 리뷰를 주셨을까, 원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셨다. 코치님들에게 질문을 했을때도 항상 명쾌한 해답보다는 '이런 것을 찾아보면 좋아요'와 같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대답을 해주셨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되면 된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왜 되는 것인지 궁금하고 안됐던 코드의 이유가 궁금하고 되는 코드도 더 예쁘고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됐다.
미친듯이 공부만 하는 노잼인가? 그것도 아니다. 공부하는만큼 노는 것도 잘한다. 이 사람들과 한 게임도 많고 추억도 많다.
23년 겨울
11월 24일 우테코 생활이 끝났다.(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아직 끝난 것 같지는 않고 여전히 함께인 듯 하다.)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시간이었다. 잘 쓰지도 않는 블로그에 우테코 기간동안 쓴 글이 50개가 넘는다.
그래서였을까 올해는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만약 누군가 우테코를 다시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하겠다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하리라.
코로나 시기에 전과를 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우테코를 통해서 24명이라는 든든한 친구를 얻었고, 힘들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배 개발자도 얻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취준'의 길을 걷고 있다. 덕분에 혼자라면 힘들고 어려웠을 길을 잘 걷고 있는 것 같다. 이 길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이 꽤나 큰 안정감을 준다. 누군가 먼저 함께 걷는 길을 떠난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줄 것이며 모두가 잘 되길 바란다. 그리고 틀림없이 잘 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모두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도 포함해서.
사실 현장 중심의 교육이니 1년차 개발자 양성이니 그런건 아직 와닿지 않는다. 정말 일해본적이 없으니까. (일하게 되면 꼭 말해주리라..)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면접이나 컨퍼런스를 가면 항상 물어보는 것이 있다. '페어 프로그래밍 하나요?' '코드 리뷰하나요?' 지금껏 받은 대답은 모두 YES였다. 그런걸 보면 현장과 비슷한 방식으로 하고 있는게 맞나보다 싶다. 또 일을 하다 오신 코치님들도 계시니 아니진 않겠지.
만약 최종 코테를 보러가기 전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떨지 말고 즐겨라. 잘 하려고 하지 말고 프리코스를 하며 배운 것들을 적용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테코는 교육임을 기억하자. 배우는 커리큘럼은 코치님들의 피와 땀이 녹아있고 그 안에서 배웠으면 하는 것들이 숨어있다. 이거 왜 해야해라는 시선보다는 여기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와 같은 시선을 가지고 숨어있는 것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더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아한테크코스?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