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글을 쓰는 오늘을 기준으로 베를린에 온지 24일차.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합격한 게 12월 말쯤이었고, 출근까지 4개월정도가 남았던터라 언제 가지? 가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벌써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가다니. 감회가 새롭다.
나는 이번이 첫 유럽이다. 그리고 잠깐 놀러온게 아니고 적지 않은 날을 보낼 것이기 때문에 두고두고 돌아볼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글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도착
첫 출근 날짜는 4월 2일이었다. 짐도 정리하고, 동네도 익숙해지고, 회사도 한 번 가보고 해야 할 것 같아서 3~4일 정도 미리가야겠다 생각했다. 심지어 4월 1일은 부활절이고, 부활절은 독일에서 꽤나 큰 휴일에 속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과 식재료도 사야했다. 28일에 도착하고 싶어 3월 27일 밤 11시 비행기를 골랐다. 1번의 경유를 포함해서 총 17시간 비행. 기대도 되면서 걱정도 조금 됐다.
처음 타보는 큰 비행기. 스크린에 앵그리버드, 우노 게임도 있었다. 오랜만에 맛본 클래식 스마트폰 게임ㅋㅋㅋㅋㅋ
처음 먹어본 기내식. 전부 내 입맛에 맞아서 하나도 안남기고 다먹었다. 너무 맘에 들었다!!
게임도 하고 기내식도 먹고 놀고 먹고 자다보니 14시간 비행이 금방 지나갔다. 눕코노미로 올 수 있던게 신의 한수였다.
무민의 나라 핀란드를 경유하고 세 시간을 더 날아서 8시쯤 베를린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택시 타려고 이동하는데 짐이 너무 무거웠다. 세명 분의 짐. 인당 23kg + 32kg 두 개씩 총 150kg가 넘는 짐이다. 후..
택시타고 30분 걸려서 11시쯤 숙소 도착. 숙소가 코리빙 하우스이기 때문에 카운터가 있었다. 저 방 들어가게 해주세요 그런데 3시부터 들어갈 수 있단다.. 내 집...ㅠ 어차피 장을 봐야해서 상관은 없지만 짐은 어떡하란 말인가. 다행히도 카운터에서 보관을 해줄 수 있다고 하더라.그래서 냉큼 보관하고 필요한 짐만 챙겼다. 장을 보러가는길에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밥집을 먼저 찾아보는데 대체.. 뭘 알 수가 있어야지. 그냥 눈에 보이는 음식점 냉큼 들어갔다.
유럽에 왔지만 쌀밥은 못잃어서 이게 내가 베를린에서 처음 먹은 음식이다. 딱히 맛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 먹을만 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식당에 물이 없다. 정확히는 물도 사먹어야 한다. 그것도 200ml에 2.5유로..? 해외경험이 단 두번 밖에 없는 촌놈은 경악할 수밖에.. 아래 음식도 13.9유로.. 비싸다 비싸다 말만 들었지 배도 안차는 음식이 13.9유로라니.. 벌써부터 슬펐다.
드디어 장을 보러 가서 정말 많은 것을 샀다. 브리타, 바나나, 방울토마토, 쌀, 물, 키친타올, 휴지, 주방세제, 용가리, 카놀라유, 소금, 후추, 빵, 우유, 계란 등등... 그냥 필요해보이는거 다 담았다. 그나마 Kaufland라고 홈플러스 같은 매장이 집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택시를 또 탔겠지.. 일단 부활절 연휴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사놓고 필요한 걸 그 때 그 때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전 8시에 공항에 도착하고 4~5시간 동안 필요한거 산다고 뽈뽈뽈 돌아다녔다. 공항에 내렸을 때도 그랬는데 집에 와도 독일에 온게 실감이 안난다. 또 설레거나 긴장되지도 않는다. 단지 내일 밥 잘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뿐이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조금 많이 늦은 기록은 끝.